안녕하세요 오야수미입니다. 오랜만에 포스팅을 쓰게 되었는데 무거운 얘기로 포스팅을 쓰게 되었네요.
13년간 함께했던 저희 가족 '리치' 가 20일 전, 무지개 다리를 건넜습니다. 리치가 떠나고 2주간 매일 매일 눈물로 보낸 것 같아요. 물론 지금까지도 실감 안 나서 사진첩을 들여다보면 눈물이 나오지만, 가족들이 너무 슬퍼하면 강아지들이 이승을 못 떠난다고 해서 조금씩 마음을 잡으며 현실로 돌아오고 있는 중인 것 같아요.
아마 이 글을 보러 오신 분들도 저희와 비슷한 상황이겠죠? 가끔은 저와 비슷한 사람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순간들이 있더라고요. 여러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성했습니다.
<안락사를 선택하게 된 이유>
저희 리치는 올해 2월, 갑자기 호흡 소리가 안 좋아지고 코를 골기 시작했어요. 상태를 지켜보다 3월,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했더니 폐에 문제가 생겼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사진만으로는 이게 악성종양일지 단순염증일지 모르는 상황이여서 2주치 약을 처방받고 상태를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약이 효과가 있었음 좋았을텐데 호흡 소리는 점점 거칠어지기 시작했어요. 그래도 2주간 밥도 & 물도 & 약도 잘 먹고, 컨디션도 나빠보이지 않아서 크게 걱정하지 않았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현실 부정 시기였던 것 같아요) 2주 뒤 진료를 위해 다시 방문한 병원에서는, 오늘 당장 죽어도 이상할 것 없다는 시한부 판정을 듣게 되었어요.
문제는 폐가 아닌 입 안에 생긴 구강암 때문이었는데요. 단시간에 종양 크기가 커지면서 기도 확보가 어려워지고, 호흡도 어려워진 거였어요. 저희는 수술과 안락사 중에 선택을 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리치 상태가 많이 안 좋아서 병원에서도 애기 상태가 안 좋아서 안락사를 조금 더 권하는 분위기이긴 했어요. 그럴 만도 한게 리치가 올해로 13살 노령견이어서 수면마취의 위험도 컸고, 이미 3개월 전에 다른 수술을 했던 터라 또 다시 수술대에 올리기 망설여지더라고요.
그리고 구강암의 경우 재발 위험도 높고, 다른 부위에 다시 종양이 생기는 경우도 많다고 하더라고요. 이 모든 위험 케이스를 안고 수술을 했다가 괜히 잘못 되면 그게 더 후회로 남을 것 같아서 리치를 위해서라도 안락사가 좋을 것 같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어요. 그렇지만 안락사는 정말 신중한 문제이다 보니 가족 구성원 모두의 동의가 필요한데, 저희 가족은 수술, 안락사, 자연사로 의견이 계속 갈리며 통합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결국 집에서 상태를 지켜보며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병원에서는 어떤 선택이던 아이를 위해 빠른 선택을 하는 게 좋다고 하셨고요.
그래도 리치는 병원에서 예상했던 시기보다 3-4일을 더 버텨줬어요. 식욕도 그대로였고, 오전에는 기운이 없다가도 저녁만 되면 평소처럼 활기차져서 새로 처방 받은 약이 효과가 있었나 기대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잠을 제대로 못 자더라고요. 엎드리면 기도가 눌리니까
저도 옆에서 호흡 소리 듣느라 이틀은 뜬 눈으로 버틴 것 같아요. 그리고 20일로 넘어가는 새벽, 너무 고통스러워하는 리치를 보며, 가족들 모두 리치를 위해서라도 리치를 편안한 곳으로 보내주자는 무거운 결정을 내리게 되었어요.
<동물 병원 - 타임 메디컬 센터>
24시간 운영하는 곳이여서 새벽에도 예약이 가능했어요. 안락사를 하기 전, 리치와 마지막 인사를 할 시간을 충분히 주셔서 후회없이 인사 하고 보내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끝난 후에는 리치 위에 포근한 담요도 덮어주시고, 이래저래 신경을 많이 써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미리 말씀 드려서 리치 털도 받을 수 있었어요.
저희는 새벽 진료 기준, 35만원이 나왔습니다.
병원과 연계되어 있는 장례식장이 많았는데, 저희는 그 중에서 제일 시설이 깔끔해보이고, 후기가 좋던 '포포즈 세종점' 을 선택했어요.
<포포즈 반려동물 장례식장 세종점>
주소 : 세종 부강면 시목부강로 620
영업시간 : 07:00~ 24:00
연락처 : 1588-2888
<절차>
1. 장례 예약 및 상담
대표번호 (1588-2888)로 상담 및 예약 가능 (24시간)
예약이 잡히면, 안내 문자와 함께 추모실에서 볼 수 있는 사진 5장을 보내달라는 연락이 와요.
2. 장례식장 방문시 평소에 사용하던 이불이나 수건으로 감싼후 방문 (방문 어렵다면 픽업서비스 이용가능)
저희는 방문 전, 집에서 리치가 좋아하던 간식과 옷 장난감등을 챙겨갔어요. 이는 따로 안내 안 해주시니 미리 아이가 좋아하던 용품들을 챙겨가시는 걸 추천드려요. 도착하니 장례지도사님이 미리 나와 맞아주셨습니다.
3 . 담당 장례지도사님과의 1:1 상담
저희 리치는 박재완 장례지도사님이 담당 해주셨는데요. 서류 작성도 하며 심심한 위로로 시작된 상담은 오늘 어떻게 장례가 진행될 건지, 패키지별 용품과 비용 차이는 어떻게 되는지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장례 비용은 10kg 미만 기준이었는데, 저희 리치는 딱 10kg이여서 추가 금액 안 받고 진행해주셨습니다. 대신 장례용품들은 모두 소형견 기준이여서 이것저것 업그레이드 해야 됐다는 점 참고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저희는 '포포즈 케어' 를 선택했고, 관 사이즈 업그레이드, 인견 수의 업그레이드 해서 거의 80만원의 금액대가 측정되었는데요. 리치가 다녔던 병원 선생님들이 미리 장례식장에 연락 주셔서 생각지도 못한 할인을 받을 수 있었어요. (추후에 직접 감사 인사 드리고 왔지만, 다시 한 번 도안 에코 동물병원 , 타임 메디컬 센터 선생님들 감사드린다는 말씀 전해드리고 싶어요) 그래서 최종적으로 58만원이 나왔습니다.
4 . 염습 (최소한의 손길로 닦아주고, 옷을 입혀줍니다)
리치 발도장도 가족들 수만큼 찍어주시고, 절차마다 하나 하나 따듯하게 설명하며 진행해주셨어요. 저희는 보라색 수의를 입혔는데 인형같이 너무 예뻤어요. (그리고 저희는 몰라서 못 했는데, 미리 말씀드리기만 하면 보호자분들도 염습 참여가 가능하다고 해요. 아이 떠나는 길 함께 하고 싶으신 분들은 참고 하시길 바래요)
5. 추모시간
프라이빗한 추모실 공간에서 시간 제한 없이 단독 추모가 가능한데요. 예약할 때 보내드렸던 사진 5장으로 추모실에 영상을 띄워주셔서 가족들이랑 추억 회상하는 시간도 가지고, 리치가 좋아하던 간식들과 옷도 옆에 놓고, 장례지도사님과 함께 꽃으로 관도 예쁘게 꾸미고, 비치되어 있던 편지도 써서 품에 안겨주고,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도록 인연의 붉은 실과 머리카락 한가닥도 이어주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그리고 충분히 마지막 인사 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6. 화장
개별 & 단독 화장을 원칙으로 하며 화장 진행 과정을 추모실에서 짧게 볼 수 있었는데요. 장례지도사님이 경건하고 엄숙하게 진행해주셔서 반려동물도 엄연한 가족으로 존중해주고 받아들여주신다는 느낌을 받아서 감사했습니다.
화장 하는 동안 2층에 있는 대기실에서 쉬기도 하고, 구비되어 있는 책도 읽고, 바로 옆에 있는 봉안당도 둘러 봤어요.
7 . 수골 및 분골 (화장을 마친 유골은 기계가 아닌 수작업으로 분골을 진행)
화장한 후 남은 리치의 유골도 보여주셨어요. 분골 과정은 수작업과 기계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는데, 별 차이 없다고 하셔서 장례지도사님 팔 아플 것 같아 기계로 선택했습니다. 수작업은 얼마나 걸리는지 모르겠지만, 기계는 5분만에 끝난 것 같아요.
8. 봉안 및 인도
저희는 수목장을 할 예정이어서 자연분해되는 기본 유골함을 선택했는데, 박재완 장례지도사님이 제습제도 챙겨서 넣어주시고, 예쁜 보라색 보자기에 정성스레 싸주셨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챙겨왔던 물품들과 포포즈에서 준비해준 투명 아크릴 액자, 발도장 , 장레지도사님이 써주신 손편지까지 한데 모아 쇼핑백에 담아주셨어요.
그리고 화장 증명서와 함께 동물 등록 말소 신고 방법도 안내해주시고, 마지막까지 음료수도 챙겨주시며 배웅해주셔서 위로 받는 마음으로 장례를 치룰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세심하고 따뜻하게 배려를 해주셨던 장례지도사님 덕에 리치를 편안히 보내줄 수 있었습니다.
*동물 등록 말소 신고는 30일 이내에 하지 않으면 5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점 참고하시길 바래요.
<안락사를 하기 전 읽으시길 바라는 글>
당연한 얘기지만 후회없도록 아주 신중한 결정 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가족 구성원 모두의 동의를 구하고, 모두의 결심이 섰을 때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리치처럼 병이 있거나 아팠던 아이들이라면 식욕이 있을 때, 제한했던 간식들을 많이 먹이고 가는 걸 추천드립니다. 저희는 좋아하던 과일들과 고구마 등을 많이 먹였더니 후회가 안 남더라고요. (위가 너무 빵빵해져서 오히려 병원에서 줄이라고 할 정도였어요) 이후 유튜브 알고리즘에 초콜릿이나 케이크 등을 주시는 보호자분들도 많이 보이시더라고요. 생전에 못 먹어봤던 음식들이나 좋아하던 음식들 많이 먹게 해주세요. 그리고 충분한 인사와 추억 할 수 있는 사진들을 많이 남겨놓으시길 바래요.
저는 가족들에게 계속 안락사를 설득했다는 죄책감 때문에 오히려 떠나보내고 난 후 더 많이 운 것 같아요. 아직까지도 리치가 떠났다는 사실이 믿기 힘들고, 슬프고, 보고 싶지만, 그래도 이 행동이 후회되지는 않아요. 안락사가 끝나고 안쪽까지 상태를 확인해주신 선생님께서는 지금까지 계속 버티고, 밥을 먹은게 신기할 정도로 상태가 많이 안 좋았다고 하시더라고요. 수술을 선택했어도 좋은 방향을 기대하기는 힘들었던 상황이었기에 고통 없이 덜 힘들게 보내준 것 같아 마음이 놓였습니다. 그리고 충분히 인사하고 시간 보내며 마음의 준비도 할 수 있었고, 시간을 벌어준 리치 덕에 사소한 것에 대한 소중함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어요. 저는 이제 리치가 편안히 잠도 잘 수 있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을 수 있는 행복한 곳에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너무 슬퍼하면 반려동물들이 가족들 곁을 못 떠난다고 하더라고요. 그 때문인지 초반에 집에서 그 기척을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떠난 리치의 발목을 잡고 싶지 않다는 마음으로 계속해서 이겨내고 있지만 이 글 쓰면서 안 운 날이 없어서 포스팅이 계속 미뤄졌네요.. (머쓱) 여러분들도 너무 슬픈 기억만 떠올리지 마시고, 덕분에 즐겁고 행복했던 추억들을 가득 떠올리며 열심히 살아가길 바래요. 안녕 언젠가 다시 꼭 만나자 사랑하는 리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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