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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틀 포레스트 (2018) / 나만의 작은 숲을 찾아서

by 오야수미 2023.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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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에 담긴 계절

 

여유롭고 아름다운 색감을 담은 이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어느샌가 나의 마음도 편안해지는 것을 느낀다.

조금 졸린 상태에서 본 영화였지만 도입부 혜원(김태리)의 목소리에 잠이 깨 영화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

 

*영화의 주요 인물 / 혜원(김태리) , 재하(류준열) , 은숙(진기주) 

 

도심 속에서 지친 '혜원'이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와 소꿉친구 재화와 은숙을 만나고 , 직접 키운 농작물들로 끼니를 해결하며 특별한 사계절을 보낸다. 이렇듯 이 영화가 담고 있는 것은 비단 음식뿐만이 아니다.

 

바로 음식에 담긴 추억과 성장, 그리고 아름다운 사계절이다.

 

혜원은 그릇에 계절을 담아낸다. 밤조림이 맛있다는 건 가을이 깊어졌다는 것이고 , 곶감이 맛있어졌다는 것은 겨울이 깊어졌다는 뜻이다. 혜원의 엄마가 사라져도 음식은 남아 있고, 계절이 흘러가도 (음식에 담긴) 추억은 남아 있다.

 

 

떠나 온 것이 아닌 돌아온 것, 성장하는 청춘

 

남자 친구와 함께 준비했던 임용고시를 혼자만 떨어지고, 도망치듯 왔었던 고향은 이제 혜원에게 그 의미가 다르다.

 

계절이 내는 소리를 듣고 먹으며 자기도 모르는 사이 훌쩍 성장한 혜원은 어느덧 겨울이 지나 봄이 되고 여름이 되었을 때 남자 친구에게 결별을 고한다. 그리고 지난 겨울에는 미처 말하지 못했던, 뒤늦은 합격 축하와 더불어 '이곳은 떠나온 것이 아닌 돌아온 것'이라는 말도 덧붙인다.

 

이제 그녀에게 고향은 도망치는 곳이 아닌 돌아오는 곳이다.

 

옛 고향에서 휴식하고 직접 건강한 음식을 해 먹으며 마음도 정신도 한 껏 풍족해진 혜원에게 엄마는 떠났지만 엄마가 해준 모든 것들은 혜원의 마음속에 남아 있다. 엄마가 지나가듯 알려 준 것들을 기억하며, 엄마가 베여 있는 고향 집에서 여러 계절을 보내는 혜원은 비로소 떠난 엄마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답장을 써 너도! 너 만의 레시피를 담아서

 

혜원이 수능을 본 지 며칠 지나지 않았을 때 엄마는 자신의 삶을 살아 보고 싶다는 편지만을 남기고 예고도 없이 집을 떠난다.

 

그렇게 집을 떠나 소식 없던 엄마가 오랜만에 딸에게 보낸 편지에는 안부 인사도 아닌 감자빵 레시피가 담겨 있다. 영문 모를 감자빵 레시피에 황당하기만 한 혜원이 재하에게 고민을 토로 하자 제하는 너만의 레시피를 담아 엄마에게 답장을 쓰라고 조언한다. (아마 혜원보다 먼저 자신의 숲을 발견한 선배의 마음으로 제하는 이미 정답을 알고 있는 것 같다)

 

혜원은 엄마에게 자연과 요리 그리고 딸에 대한 사랑이 그녀만의 작은 숲이었던 것처럼 자신 만의 숲을 찾아내겠다는 답장을 써내려 간다. (작중에 엄마가 그 편지를 읽는 장면이 나오지 않는데, 어느 날의 엄마처럼 혜원도 그 편지를 집안 어딘가의 숨겨 둔 게 아닐까?)

 

혜원은 집에서 요리할 때면 엄마와 경쟁하는 기분이 든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집에 돌아온 엄마가 제일 먼저 읽을 수 있는 편지에 남겨둔 것은 혜원만의 감자빵 레시피였다. 오랜 인사의 첫마디가 감자빵 레시피라니.. 너무나도 혜원다운 행동이었다. 서로의 소식과 안부는 몰라도 모녀들이 가꾼 작은 숲에 언젠가 서로가 돌아올 거라고 믿는 두 모녀간의 신뢰감이 느껴져서 좋았다.

 

 


<나만의 작은 숲을 찾아서>

 

이 영화는 먹고 , 자고 살아가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들을 보여준다.

 

자연의 아름다운 모습만을 담고 있지도 않다. 다툼도 있고 , 추수의 고됨과 시련의 아픔도 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 작품을 보며 힐링을 하거나 위로를 받는 걸까?

그건 아마 온전히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며 살아가는 인물들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쉼표의 필요성을 일깨워주는 이 영화를 , 인생 영화로 꼽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흘러가는 계절과도 마주 보게 해주는 , 다가오는 계절도 기대하게 만드는 따뜻한 영화였다.

 

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도 이 글을 읽는 사람들도 마음속에 자신만의 작은 숲을 간직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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