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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일본 잔잔한 일상물 영화 추천작 3편

by 오야수미 2023. 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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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주인공 '스즈메'(우에노 주리)는 지극히 평범한 주부이다. 해외 발령으로 스즈메와 떨어져 지내는 남편은, 전화로 서로의 안부를 묻지만, 그는 항상 그녀보다 애완용 거북이의 안부를 물을 뿐이다. 영화는 무료한 일상을 살던 그녀가 어느 날 우연히 스파이 모집 공고를 발견하며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달라진 건 마음가짐뿐인데, 단조롭던 그녀의 일상은 조금 더 특별해진다. (스파이 활동을 위해 평범한 삶을 연기하는 그녀의 모습은 참 엉뚱하고 귀엽다)

 

'어쩐지 스즈메가 부러워' '이것저것 열심히 하다 보면 살아가는 의미를 알 수 없게 돼버려' '스즈메의 마음에는 어떤 음악이 흘러?' 등등 영화에서 잔잔하게 흘러가는 대사들은 우리에게 위로를 준다.

 

평범함을 스파이로 포장한 참신한 스토리에 더불어, 특이한 연출이 많았다. 영화를 보는 평범한 우리들도 특별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 남편 없는 집에서 애완 거북이에게 항상 밥을 챙겨 주는 스즈메는 스파이 활동을 하며 담담히 인생을 깨우친다. 

 

느리지만 조금씩 앞으로 헤엄치는 거북이가 나에게는 마치 스즈메 같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항상 전화로 '거북이 밥 먹였냐'라고 안부인사를 묻는 남편의 말이, 마치 표현이 서툰 남편이 거북이를 빗대어 아내 스즈메에게 밥은 챙겨 먹었는지 묻는 것처럼 들렸다.   

 

 

2. 카모메 식당 

 

본인 '사치에'(고바야시 사토미)는 핀란드 헬싱키에서 작은 일식당을 오픈한다. 오니기리를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지만, 핀란드에서 받아들이기에 그녀와 음식들은 아직 낯선 듯하다. 오픈 한 지 한 달이 되었지만 도통 손님은 오지 않는다. 그래도 아침마다 재료 준비를 하며 손님을 기다리는 그녀의 진심이 통했는지, 카모메 식당에는 하나 둘 손님이 찾아온다.

 

핀란드에 여행 온 손님 중 한 명이었던 '미도리' (카타기리 하이리)는 어쩌다 보니 사치에의 집에 머물며 가게를 돕게 되고, 그들은 다양한 메뉴를 개발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카모메 식당은 메뉴의 통일성이라고는 전혀 없지만, 늘어난 메뉴처럼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손님들이 모여 활기를 띠게 된다.

 

다양한 메뉴처럼 어떤 손님이던 편견 없이 맞이하는 카모메 식당을 보다 보면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위로가 된다. 영화를 보다 보면 괜히 오니기리가 먹고 싶어 진다. 고향이 그리운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 

 

 

3.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

 

주인공인 '타치바나'(고마츠 나나)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여고생이다. 그녀에게는 남모를 비밀이 있는데, 그건 바로 점장인 '콘도'(오오이즈미 요)를 짝사랑하고 있다는 것이다. 콘도는 초등학생 아들이 있는 이혼남에다 설상가상 레스토랑 직원들에게 무시받기 십상인 아저씨였지만, 그런 그를 그녀가 짝사랑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과거 육상부 에이스였던 타치바나는 훈련 중 다리를 다치게 되며, 육상의 꿈을 포기한다. 꿈을 포기하고 방황하던 그녀는 어느 날 비를 피하기 위해 들어간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콘도를 처음 만나게 된다. 가만히 앉아 창 밖을 보며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리던 그녀에게, 콘도가 조용히 다가와 따뜻한 커피도 건네주고, 마술도 보여주고, 비는 곧 그칠 거라고도 말해준다. 당시 엉망진창 내리던 비처럼 마음에도 비가 내리던 타치바나에게 그 말은 정말 큰 위로가 되었고, 그녀는 점장이 일하는 레스토랑에서 알바를 시작하게 된다.

 

여기까지 들으면 말도 안 되는 나이차를 극복한 로맨스 영화라고 오해할 수 있지만 다행히도 전혀 아니다. 나이는 다르지만 각자의 꿈을 품고 있는 타치바나와 콘도의 성장형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그들에게 서로는 포기했던 각자의 꿈을 다시 도전하게 되는 계기이자, 멘토이자, 친구이다. 나에게 타치바나는, 학교 다닐 때 반에 한 두 명씩은 꼭 있는, 특정 선생님을 따라다니는 친구들 같았다. 아직 정상적인 사고를 못 하는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동경과 감사의 마음을 사랑이라 착각하는 것일 뿐이었다. 콘도가 좋은 어른이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여고생과 아저씨를 등장인물로 설정하며, 타치바나 같은 청춘들부터 꿈을 잊고 살아가는 콘도 세대까지 모두 공감하며 위로받을 수 있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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